청년부 임원 예찬


빼빼로든 가래떡이든 뭔가 지나간 흔적들을 보니 벌써 11월 하고도 여러 날이 지났다. 아마 각 교회 청년부는 대통령 선거만큼 중요한(!) 임원 선거를 앞두고 있을 게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청년들이 청년부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 많이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해봤자 돈 한 푼 안 생기고 오히려 돈 쓸 일이 늘어나는 것, 남들이 자기 계발에 힘쓸 시간에 나는 그 시간을 쪼개서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세상이 인정해주는 버젓한 스펙이 되기는커녕 나중에 취업할 때 이력서에 한 줄 쓰기도 애매한 것이 청년부 임원이다. 그런데 그걸 하라고?


청년부 임원은 저평가되는 것 같다. 관점을 바꿔보면 좋은 것도 많이 있다. 우선 청년부 임원이 되면 일하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다. 나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고 배울 것투성이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금 일하는 것들의 기초는 모두 청년부 임원을 하며 배운 것이다. 


‘너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니까 그렇지 않냐고?’ 


일반회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획하고 회의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니까. 물론 청년부에서 하는 일은 그 범위나 수준이 사회에 비해 영세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러니까 아주 실속이 없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청년부 임원을 하면 공동체적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다. 적게는 십 수 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달하는 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분명 귀중한 경험이다. 최근 안식년을 마치고 귀국한 청어람아카데미 대표기획자 양희송 님은 예전에 청년사역자 컨퍼런스에서 청년부 회장들을 기초의회에 출마시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청년부 회장이라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고 민주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훈련이 된 사람으로서 충분히 기초의회 의원 정도는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 아닌가? 지역 토호보다야 일만 배 낫지!


뭐 꼭 그런 정치적 야심(!)이 있지 않더라도 청년부 임원이 되어 1년 간 자신의 삶을 공동체를 위해 바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고급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요청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근거는 없지만 이기적인 세상은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온 법이니까. 그 이후에 분명히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텐데 그 때는 분명 세상이 공동체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애타게 찾을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청년부 임원으로 헌신했던 청년들도 ‘삼고초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청년부 임원이 되면 잃는 것도 분명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공평해도 너무 공평하다. 얻는 것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쫄지 말고 많이들 도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에 진짜 청년부 임원으로 뽑히게 되면, 실제 임기에 돌입하기 전까지 얼마동안 시간이 주어질 거다. 이때를 조심해라. 아마 여기저기에서 벌써부터 일을 시키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을 거다. 웬만하면 딱 잘라 거절하기 바란다. 지금은 최대한 공부하고 토론하며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가 펴낸 ‘인수위 67일이 정권 5년보다 크다’라는 책이 있다. 말 그대로 정권이 5년 임기동안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은 사실 두 달 남짓한 인수위 시절에 다 결정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는 출범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삼성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에 크게 의존했다는 설이 있다. 심지어 참여정부라는 이름도 삼성경제연구소가 지어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그런 맥락에서 참여정부가 후반기로 갈수록 더욱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정책을 펼친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다소 거창하게 이야기 했지만 어쨌든 교회와 청년부는 새로 뽑힌 임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 임원들이 그저 담당 목회자가 결정한 일을 뒤치다꺼리나 하거나, 올해 했던 일들을 내년에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새로 뽑힌 임원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내년을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가 섬기는 교회 청년부는 이미 임원선거를 치렀다. 여러분께는 임원이 돼보라고 하면서 나는 쏙 빠져나가면 ‘언행일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래서 밝히기 쑥스럽지만 나도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동네교회청년’ 모임에 참여하는 친구들 여럿이 임원으로 뽑히게 되었다. 우리들은 이미 매주 한 번 씩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며 내년도 구상을 짜는 시간을 시작했다. 내년 1년보다 남은 한 달여 시간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청년들도 하나님과 공동체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 자신을 위해 청년부 임원에 도전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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