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국가정보원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그와 관련된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란다. 더 풀어 말하자면 국가의 중요기관과 시설에 대한 보안을 책임지고, 마약이나 불법 무기의 반입이나 유통을 차단하며, 산업기밀이나 군사기밀의 유출을 막고, 국가의 안전과 관련된 일에 수사를 벌이는 곳이란다. 그래, 국가정보원은 그런 곳이다. 아니,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이어야 했다.


국가정보원은 무슨 짓을 저질렀나! 국가의 공식 정보기관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과정에 개입하여 특정후보를 비하하는 댓글을 달고 다녔다. 댓글 수가 몇 개라는 것은 이 사건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가뜩이나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1961~1980)와 국가안전기획부(1980~1998)는 각종 정치공작과 조작사건을 일으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국가정보원도 똑같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조사를 맡았던 경찰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왜곡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자 법무부 장관은 검찰수사에 외압을 가했다. 웬일로 검찰이 외압을 뚫나 했더니 기소내용이 기가 차다. 착, 착, 착,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야구의 643병살 플레이(1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친 땅볼을 유격수가 잡아서 2루수에게, 2루수는 1루수에서 보내 병살을 얻는 것) 못지않다.


다행히도 국민들은 유신 시절 두려움에 떨며 침묵하던 사람들이 아니다. 제일 먼저 나선 것은 학생들이다. 일부 세력이 이것을 극소수의 행동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이번 시국선언을 시작하고 주도한 것은 이른바 비운동권 총학생회였다. 이들은 학내에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일리 있다고 생각되는 현상이 교회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얌전하고 사회문제에는 통 관심이 없어 보이는 청년들이, 진도 나가기도 빠듯한 성경공부 시간에 국가정보원의 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꽤 많은 교회청년이 광장을 가득 메운 규탄시위를 방송과 언론이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 유명 블로거의 글을 좋아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보았다. 놀랍고 반갑기 그지없다.


<동네교회청년>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에 대해 분노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논의결과 우리가 비록 작은 모임이지만, 이 사건의 엄중함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행동하자는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아울러 더 많은 청년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연합회(장청)와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에 연락해보니 이미 여러 청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서 <동네교회청년>도 함께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에 올 때 각 참여단체에서 피켓을 만들어 와달라고 해서 밤늦게까지 문구를 선정하고,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피켓을 만들었다. 다행히 디자인을 전공한 청년의 도움에 따라 ‘보색개념’까지 접목해 피켓을 완성했다.


2013년 6월 28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파괴! 정치개입! 국정원 규탄 청년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연합회(장청)와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 등 기독교 청년단체는 물론 불교청년회, 천도교청년회, 한국청년연합(KYC) 등 종교와 사회를 망라한 65개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거기에 <동네교회청년>도 수줍게 이름을 올렸다.


전날 열심히 만든 우리의 피켓을 보더니 다른 단체 관계자께서 “엄청 신경 써서 만드셨네요.”라고 말씀하실 때는 뭔가 촌티를 낸 것 같아 쑥스러웠다. 하지만 뿌듯했다. <동네교회청년>이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올곧은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엉뚱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엔엘엘(NLL)을 포기했다는 둥, 국가기록원에 기록이 없다는 둥, 그래서 죄다 너희 책임이라는 둥, 국가정보원은 소중하니 비공개로 조사하자는 둥, 쟤가 나한테 막말해서 못 해먹겠다는 둥 하는 꼴이 참 든적스럽다.


쇼(show)하지 마라! 아무리 헷갈리게 만들려고 해도,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이 일을 사주하고 실행한 일당들을 일망타진해야 하며, 혹시라도 잘못된 일이 있다면 완전히 바로 잡아야 한다.


하나님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을 향해 이렇게 책망하신다.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기 4장 10절) 오늘 우리도 민주주의를 살해하려 한 국가정보원과 그 배후에 있는 ‘당신’들을 향해 이렇게 외쳐야 한다.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민주주의의 피가 땅에서 내게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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