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권리를 허하라!


황당 사연 하나

고등부 아이들이 주말에 교회 고등부실에 와서 공부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주말에는 학교가 문을 닫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독서실에 가자니 돈이 제법 들고. 그래서 자기들 딴에는 교회가 생각났나 보다. 애들이 공부를 하겠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가! 고등부실은 예배드릴 때를 빼고는 거의 비어있으니 안 될 것도 없겠다 싶어 교회에 물어보았다. 대답은? 곤란하단다. 아니 왜? 사고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사고는 무슨 사고란 말인가? 하나님이 ‘눈동자처럼’ 지켜주시는데!


어처구니 없어 계속 따지니까 그러면 사용하게 해주겠는데 대신 나를 비롯한 어른이 한 명이라도 꼭 같이 있어야 한단다. 아, 비릿하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막말로 사고가 생기면 나보고 책임지라는 것 아닌가.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고등부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책임질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때와 쉴 때를 구분했고 간식을 싸가지고 와서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


황당 사연 둘

청년부 소모임에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청년이 개업한 찻집에 가기로 했다. 축하인사도 하고 거기서 성경공부도 할 요량이었다. 절차대로 차를 빌려 출발하려는데 우리를 본 몇몇 목사님들이 다가와 왜 차를 갖고 나가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차를 갖고 나가는 기준과 절차를 다시 정리해야겠단다. 그래서 매번 차를 빌릴 때마다 불편하고 불쾌하니 청년들이 차를 잘 사용하게끔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우물쭈물 말을 얼버무리신다.


왜 이러나 알아보니 예전에 차를 급하게 써야 할 일이 생겼는데 마침 청년들이 차를 먼저 갖고 나간 적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일 때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일에 차를 쓰지 말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청년들이 외부 활동을 위해 교회 차량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청년과 소년들을 통칭하여 청소년이라 부른다. 그들도 엄연히 교회공동체의 일원이다. 예배에 출석하고, 교회를 위해 봉사하며, 푼돈일지언정 헌금을 한다. 성도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도 교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하고 교회의 물건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규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권리로부터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낮다는 이유로 업신여기는 것이라면 가만히 참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따위 일이 어느 한 교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웹면’을 빌어 글을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비슷한 일들이 광범위하게, 그리고 당연한 듯이 벌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복종할 것을 강요당한다. 교회가 사람을 섬기는 일을 소홀히 하고 되레 관리나 통제를 일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자고로 청소년들이 등을 돌리면 그 공동체는 망하는 법이다. 다음세대가 희망이니 뭐니 하는 말뿐인 잔치는 걷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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