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이 명예훼손 게시물이라고 삭제요청 당해서 다시 올립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ㅋㅋㅋ




동네·교회·청년


교회가 있는 동네는 과연 행복할까? 대답은 ‘글쎄올시다.’ 크고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교회라 할지라도, 일주일에 몇 번 예배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쉽지 않고, 그나마도 굳게 잠겨 있을 때가 많아서 행여 지나가다 ‘급변’을 만나도 화장실조차 이용하기 어렵다. 널찍한 주차공간을 지역민에게 제공하기도 하지만 주말마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교회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할 일이 생기면 동네 시장보다는 봉고차 타고 대형마트로 가서 값싸게 구입하는 ‘뱀 같은 지혜’를 발휘한다. 본의 아니게 각종 소음을 일으켜 종종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미루어 보건대 여러 모습으로 행해지는 분투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동네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교회 상황이 이런데, 과연 한국교회가 있어서 대한민국은 행복할까? 201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에서 고작 17.6%가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지나가는 사람 열 명을 붙잡고 물으면 한 명 내지 두 명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모름지기 종교란 신성하고 고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답지 못한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돈 문제, 성범죄, 권력에 아첨하는 헛소리, 어설픈 성공 지상주의, 몰상식한 전도행태 등은 차라리 패악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서서히 교회를 외면하고 있고, 특히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는 청년들을 기필코 가르쳐야 할 존재이자,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동원해야 될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그저 잘 웃고, 잘 울고, 착한 말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만 믿음이 좋은 청년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똑똑한 아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착한 아이들은 속이 터진다. 나는 착한 아이인지라 언제부턴가 주일 오후가 되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푸념을 늘어놓고 한국교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기껏해야 ‘동네교회청년’인 주제에.


그러다 문득,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동네교회청년’이라는 말에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교회청년’, 해체해 보면 세 단어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동네’, ‘교회’, ‘청년’.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또는 믿는 우리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당면 과제인 것이다.


교회 안에서 흔히 통용되는 ‘세상 구원’이라는 모호한 외침보다는, 차라리 ‘○○동을 섬기자’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만일 ‘교회청년’들이 작심하고 달려들어 ‘동네’를 섬긴다면, 세상은 몰라도 동네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년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한[각주:1] 대표회장 선거에서 금권선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홍대 쪽에 로운 교회가 생기는 것이 왜 문제인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노할 줄 알고, 해결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몇몇 사람에게는 무척 불편한 일이겠지만 한국교회 전체로 봤을 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대단한 유익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교회 안팎의 구분을 넘어 청년세대들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보자. 등록금이 너무 비싸 아르바이트를 하고, 고약한 사장을 만나 급여를 제대로 못 받고, 그 와중에도 악착같이 공부했어야 하는데 성적이 떨어져 기숙사에서 쫓겨나고, 저렴한 셋집을 찾다보니 지금보다 훨씬 먼 곳으로 이사 가야하고, 이런저런 일들로 결혼준비는커녕 연애도 버거운 불편한 진실은 교회청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이 일을 해결하는데 교회 청년들이 힘을 보탠다면 해결도 빠르고, 방법도 더 좋게 진행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 향상될 거라 본다. ·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동네, 교회, 청년을 주제로 공부하고, 알게 된 문제에 대해 기도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 실천하는 ‘동네교회청년’이 되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소금과 빛이 되어서 착한 행실로 당신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렇듯 작지만 의미 있는 모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며 감히 졸문을 통해 생각과 대안들을 나누고자 한다. 많이 애정해주시고 간섭해주시라. 맑스가 그랬던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첫 번째 글을 맺으며, 이 필자 간절히 외친다. 방방곡곡의 ‘동네교회청년’이여, 일어나 함께 가자!



  1. 명예훼손이라며 게시물을 막아서 의도적으로 낸 오타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