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짝 때리지 마세요, 살도, 삶도 아프다고요"


지난달 18일, 동교동 카페바인에서 열린 ‘청년정치토크파티’에 다녀왔다. 하루 종일 출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갔다 오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대로 집에 가봤자 널부러져 있는 것밖에 더하겠는가? 차라리 여러 청년들을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부는 청년 국회의원 장하나 씨의 이야기 시간이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백팩을 매고 온 그는, 사실 자신이 그동안 청년문제를 놓고 싸우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년비례대표를 준비하며 많은 문제를 접하고 공감하게 됐고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순진해보이지만 핵심을 콕콕 찌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기야 개원 전부터 거물급 정치선배와 거대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보기 좋게 쓴 소리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었다.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2부는 테이블토크로 진행했다. 각각 대학, 정치, 주거, 청년&공동체를 주제로 관심 있는 테이블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나는 주거테이블에 앉았다. 예상대로 여러 가지 마음 짠한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싼 집을 찾아 멀리 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였는데 결국 지하실을 벗어날 수 없었고, 거기서도 곰팡이는 변함없이 신실하게 친구가 되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저는 ‘동네교회청년’인데요. 주거문제가 심각하고, 특히 살 집이 없어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는 실정이잖아요. 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요즘 큰 교회들이 많게는 수천억 원씩 돈을 들여 교회당을 짓는다고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요. 예배는 근처 학교나 강당을 빌려서 드리고, 차라리 그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지어 결혼하는 청년들에게 아주 싼 값에 살게 해주면 어떨까요? 계약기간은 다른 신혼부부를 위해 딱 2년만(누군가 너무 짧다고 했다). 2년만 주거문제에서 해방 돼도 그 가정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째째하게 우리교회 나오라는 소리는 하지 말고요.”


순간 거짓말을 아주 조금만 보태서 함께 둘러 앉아있던 청년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우와! 그런 교회가 있으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성별 평균 초혼연령은 여성이 29.1세, 남성이 31.9세로 조사됐다. 지난 10년 동안 차츰차츰 높아진 결과다. 그만큼 결혼하기 점점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계는 통계일 뿐, 내 주위에 29.1세 여성과 31.9세 남성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많은 청년들은 결혼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살 집이 없다는 것이다. 아는 선배의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살 집을 구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북한산에 올랐다가 산 아래 수많은 집을 보고 절규했다고 한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살 집 하나가 없다니!” 나중에 들어보니 결국 그 분은 겨우 겨우 집을 구해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내 주변에 많은 청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왜 결혼 안하냐고 성화다. 심지어 등짝을 마구 후려치기도 하신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만에 하나 천신만고 끝에 결혼을 한다고 해도 축의금을 많이 낼 것 같지도 않다. 아무개 목사님은 청년들이 나라 생각은 하지 않고 이기적이라며 욕한다. 아, 서럽고 억울하다.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더 큰 교회당이 없어서 예배를 못 드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오히려 욕먹고, 싸우는 모습도 봐야 하는 부정적인 부분도 많다. 그러나 청년들은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현실이다. 이것은 청년들의 능력과 이기심을 훨씬 벗어난 문제다. 만약 교회가 우리사회의 책임 있는 집단으로서, 교회당을 짓는 대신에 그 돈으로 아파트를 지어 청년들에게, 신혼부부들에게 싼 값에 살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예배는 근처 학교나 강당을 빌려서 드려도 되지 않을까?


말도 안돼는 소리라고? 혹시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가? 어쨌든 그렇게 해줄 게 아니라면, 내 결혼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지 마시고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라. 그리고 내 등짝, 후려치지 마시라. 아, 아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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