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평상'에서 열매 맺는 꿈


‘동네교회청년’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은 것이 ‘공부’였다.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동네와 더불어 사는 교회를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에 비하면, 솔직히 아는 게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어!)


흔히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도 훌륭한 공부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인과 끊임없는 관계를 통해 공부함으로써 또 다른 배움을 얻을 수도 있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해진 우석훈은, 오건호의 책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의 추천사에서, 자신들이 과거에 몸담았던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추억하고 있다.


“칸막이 없이 많은 연구원들은 매일 토론을 했고, 개별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종합 능력이 아주 높아졌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일이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띵! 하고 머리 위에 백열등이 커졌다. 물론 우리 대부분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모두는 타인에 비해 더 많이 관심을 갖는 일이 있고, 그래서 타인보다 좀 더 잘하는 일이 한 가지씩은 있다. 그것들을 함께 나눈다면 어떨까? 말하자면 우리가 서로에게 선생이 되어주고, 학생이 되어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은 아직 녹슬지 않은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여덟 학기동안 착실하게 등록금을 꼬라박은 정치학과 졸업생은 우리네 국회의원님들을 뽑는 방식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정도는 이야기 할 수 있다. 새로운 꿈을 찾아 안정된 직장을 떠나 동네 커피가게에서 일한 지 어언 일 년이 다 되가는 사람이 남들보다 커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로가 갖고 있는 지혜를 나눔으로써, 어느새 글쓰기에 대해 눈을 뜨고,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며, 이 커피와 저 커피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래서 멍석 한 번 깔아보기로 했다. 서로의 지혜를 나누는 열린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평범한 상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줄인 이름은 ‘평상’. 누구나 와서 먹고 놀다 갈 수 있는 평상 같은 모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이제 ‘동네교회청년’은 첫 번째 ‘평범한 상상’을 시작하려고 한다. 10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4주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름 하여 “찬란한 한국교회의 검은 역사”다. 이야기꾼은 학부 때 재수강으로 들어간 한국교회사 수업에 흥미를 느껴,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동네교회 형이다.


‘평범한 상상’의 시작을 알리니, 친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일면식조차 없는 분들도 연락이 온다. 얼떨떨하고, 긴장된다. 솔직히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제발 뜻 깊은 시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은 얼마나 자애로운 성품의 소유자일까? 부디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리고 만에 하나 ‘평범한 상상’에 참여하기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동네교회청년 블로그(ncyzine.tistory.com)에서 신청하실 수 있다.


<대중의 지혜>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평범한 다수가 똑똑한 소수보다 낫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다수’가 서로 지혜를 나누기로 결심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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