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기윤실은 ‘Talk, Pray, Vote 캠페인’을 벌였다. 눈치 채셨다시피 모 통신사 광고카피를 패러디한 것이다. 내용인즉슨 기독교인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누가 시키는대로 ‘묻지마 투표’를 하지 말고, 표어 그대로 ‘선거에 대해 이야기 하고, 누구를 뽑을지 기도한 후, 투표에 참여하자’는 것이었다. 


열심히 캠페인을 진행하던 어느 날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몇몇 청년들이 자기 동네에서 ‘Talk, Pray, Vote 캠페인’을 홍보하고 싶은데, 이와 관련해서 사무실을 방문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우리 동네 바로 옆동네 사람이다. 방문해도 되냐고?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로부터 며칠 후, 일단의 청년들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이들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해서 배고픔도 뒤로 미뤄둔 채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것이 ‘희망’과의 첫 만남이었다.


‘희망’은 복음주의적인 책읽기 모임으로 시작해, 차츰 차츰 교회개혁과 사회참여를 꿈꾸며 활동을 모색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마다 십 수 명의 청년들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근처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여러 모임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열심을 내고 있다. ‘희망’의 싸이월드 클럽(club.cyworld.com/hopenuri)에 적혀있는 소개 글을 옮겨본다.


보편적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생활형 공동체를 지향하는 ‘희망’은 로잔언약의 그것을 기초로 하며 세속적 질서를 거스르고 찬 진리의 길을 좇습니다. 그 길은 출애굽의 길이요, 사도들의 행진이며, 다른 이를 생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길입니다.


말씀과 성령을 통한 진정한 연대, 그것은 하나님 나라 운동의 시작이며 끝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대를 읽고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격려, 지지하여 인생으로 역사를 쓰는 이곳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에서 온 청년들과 만나보니, 서로 아직은 비루한 청년이지만(같이 엮어서 미안합니다) 작금의 한국교회와 사회의 모습에 분노와 걱정을 동시에 하며,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 기쁘고 반가웠다. 내가 희망 모임에 놀러간 적도 있고, 동네교회청년 모임에 희망 청년들을 초청할 생각도 갖고 있다. 아, 희망 청년인 김 모 군과는 ‘제주평화순례’에 같이 갔었는데 서로 ‘삼촌’이라 부르는 사이가 됐다(제주도 사람들은 친근감의 표시로 서로를 ‘삼촌’이라 부른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 해보려 하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그것도 바로 옆동네에서,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서로에게 큰 격려요 위로였다. 앞으로 ‘희망’과 ‘동네교회청년’은 꾸준히 우정을 쌓으며, 동네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협력하려고 한다. 


아마 이 땅 방방곡곡에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생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비록 우리들의 앞날이 명확하지 않고, 때로는 생각만큼 일이 술술 풀리지 않더라도, 우리 낙담하지 말자. 오히려 이천 여 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살았던 요셉과 마리아네 첫째 아들을 본받아, 그 ‘불확실성’ 속으로 우리의 젊음을 내던져버리자. 아직, 희망은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