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위해 기도해보셨나요?"


기독청년아카데미와 성서한국이 공동으로 기획한 ‘새로운 주체 생성을 위한 기독운동론’ 강의를 들으러 갔었다. 4주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인데 송강호 박사가 ‘새로운 현장운동의 생성’을 주제로,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의를 얼마 앞두고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송 박사가 구속된 것이다(송 박사는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다, 주여!).


송 박사를 대신해서 ‘개척자들’ 이형우 활동가가 강의를 했다. 이 활동가와 송 박사는 교회에서 청년과 전도사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당시 송강호 전도사는 교회를 설득해 청년들을 이끌고 아시아 지역으로 해외단기선교를 다녀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교회에서 해외로 단기선교를 가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것만 해도 의미있는 일인데, 바로 다음 주일 저녁부터 매 주마다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후에 송 박사가 교회를 사임하고 유학을 가게 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랬단다. “전쟁이 터지면 그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운명의 장난인지 하나님의 섭리인지 바로 몇 주 뒤 르완다 내전이 터졌다. 청년 몇 명이 바로 송 박사를 찾아갔다. 송 박사도 앞날이 보장돼 있던 학업을 포기했다. 청년들과 한 약속 때문이었단다. 그렇게 몇 명의 청년들이 전쟁의 현장으로 갔다. 통제 때문에 분쟁지역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외곽에서 난민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그것이 ‘개척자들’의 시작이었다.


매주 모이던 기도 모임은 ‘세계를 위한 기도 모임’(세기모)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개척자들’이 비록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영속적으로 생명력 있는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에네르기는 무엇일까? 나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지내셨지만,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에 남몰래 기도하며 새 힘을 얻으셨을 예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시다시피, 동네에 살며 교회에 다니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신앙하는 바를 실천에 옮겨보고자 모여들었다. 우리들이 반짝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속적으로 생명력 있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나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진부해 보이긴 해도 진실이다. 그래서 우리도 함께 모여 기도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동네를 위한 기도회'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는 많은 기도 모임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 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 틈새를 파고 들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사람,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구청장과 구의원 같은 동네 정치인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갖고자 한다.


‘동네를 위한 기도회’를 어떻게 진행할지, 아직은 고민을 통해 나름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익숙했던 기도 모임의 모습에 대해 하나씩 되짚어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도회를 시작하며 찬양을 부르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첫 모임 때는 찬양을 부르지 않았고, 두 번째 모임 때는 간단하게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했다.


모이면 우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우리 동네에 대해서 나 자신이 요즘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고, 무엇을 기도하면 좋겠는지 나눈다. 중언부언 하는 것을 피하려고 해서, 오히려 기도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침묵 속에서 서로가 내놓은 기도 제목을 하나씩 집중해서 기도하고, 기도를 마친 사람은 눈을 뜨고 조용히 기다린다. 마지막 사람까지 모두 눈을 뜨면 다시 새로운 기도 내용을 가지고 기도한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동네를 위한 기도회’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기도를 드림으로써, 하나님께서 우리 동네에서 하기 원하시는 일들을 깨닫게 되고, 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동네를 위한 기도회’가 생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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