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악마도 못견디게 해'

청춘들에게 연애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


얼마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협동조합과 교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 청년들이 시도해 볼 만한 아이템이 없는지 눈여겨 보았는데 ‘결혼협동조합’이 있었다. 다 아시다시피 요즘 청년들이 결혼하기가 얼마나 힘들며, 또 막상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남의 눈치 보느라 얼마나 쓸 데 없는 비용을 많이 들이는가! 만약 청년들이 한 푼, 두 푼 출자금을 모아 결혼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고, 꼭 필요한 것만 알뜰하게 준비하는 웨딩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서로가 서로의 결혼을 도와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따고 잠을 자야 꿈을 꾸듯이, 연애부터 해야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오늘날 청춘들이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으로 인해 포기했다는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연애다. 사랑을 속삭이고 싶지만 핸드폰 비용이 급증할까 겁부터 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데려가면 다음날부터 학생식당의 3,000원 짜리 밥도 부담스러워 1,000원 짜리 라면으로 한 끼 때워야 할지 모른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내 반쪽에 다른 누군가를 들이는 것이 어렵다. 어쩌면 결혼협동조합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연애협동조합’이다.


상대방을 선택하는 기준도 팍팍해진다. ‘현실‘, ’조건‘, ’능력’ 같은 단어들이 유효하게 사용된다. 그렇다면 인간 세상이 동물의 왕국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언젠가 짝짓기 방송에서, 좋은 조건을 가진 여성이 대학에 가기 보다는 기술직을 선택해 열심히 일하는 (그러나 내 기억에 잘생긴) 남성과 짝이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복음’을 들은 가난한 청춘들은 아마 마음이 따뜻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들으니 그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렵사리 고백했는데, 방송에서 자신에게 구애했던, 조건이 좋은 다른 남성과 만나게 되었단다. 아, 최종선택은 ‘이상’이었으나, 마지막 최종선택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분들에게 돌을 던질 생각이 추호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서운함을 토로한 누리꾼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이럴 때마다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예전에 아프리카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 현지인 선교사가 한국에 오셔서 그 분을 모시고 여기 저기 다닐 일이 있었다. 좀 친해졌다 싶으니 돌아갈 날이 됐다. 그래서 아쉬움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가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셨다. 지금 자기 아내를 놓고 경쟁했던 사람은 그 마을에서 매우 유력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자기와 결혼한다고 했단다. 본인조차도 이해가 안 되서 왜 나랑 결혼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I love you", 한국말로 ”너.를.사.랑.해“라는 뜻이다. 흔히들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한다. 2012년 IMF 기준으로 보면 15위인데, 15위라고 하면 뭔가 모양이 빠지니 10위권이라고 하나보다. 어쨌든 대한민국이 그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일지는 몰라도, 백범 선생께서 그토록 원하셨던 문화선진국이라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성서는 악마를 ‘미혹케 하는 영’이라고 한다. ‘미혹’이 무슨 말인가?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청춘들은 그 미혹케 하는 영에게 완전히 점령당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연애를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인가? 조건이 구리면, 능력이 없으면 사랑할 수 없다고 미혹케 하는 영을 거부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자, 지금부터 저의 선동에 눈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


핸드폰 비용이 걱정된다면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하고, 대신에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자. 늘어나는 문자비가 부담스럽다면 ‘카카오’라는 회사에서 만든 앱을 소개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매번 고급 레스토랑이나 비싼 찻집에 갈 필요가 없다. 동네 시장에 가서 국수를 사먹고 공공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책을 읽어도 행복하다. 미혹케 하는 영이 강요하는 기념일을 거부하고 정말 특별한 날을 만들어 보자. 뭣이! 찌질하다고? 지금 당장 저항하시라. 지금 미혹케 하는 영이 당신 앞에 버티고 앉아 우는 사자처럼 당신을 덮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수가 청춘콘서트 때마다 했던 말마따나, ‘우리 용기를 내자!’,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자!’

상대방이 진짜 아니면 모를까, 어떤 인간이 참 괜찮고 좋은데 다른 무엇 때문에 망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진짜, 농담 아니라, 연애협동조합이라도 만들어보자. C. S 루이스는 악마는 무시당하면 견디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가 미혹케 하는 영을 무시하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거대하게 보이는 장벽은 균열이 생겨 마침내 무너질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악랄한 저항이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12월이다. 마침 눈도 내린다.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기에 꽤나 좋은 상황이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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