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교회청년의 아류, 그리고 아듀 2012년!


맙소사! 2012년이 저물어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이별을 경험했다. 누군가는 탄생을 기념할 것이고 누군가는 죽음을 애도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남기고 간 흔적은 모두 다르다. 나에게 있어 2012년은 동네교회청년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 초 아직 날이 쌀쌀할 때, 한 청년의 자취방에서 몇몇이 옹기종기 모여 “교회가 이래서야 쓰겠느냐”며 울분을 토하다 시작한 것이 바로 동네교회청년이다.


생산하려는 의지는 없고 소비만 하려는 세태 속에서, 동네교회청년은 우리에게 허락된 자원을 최대한 짜내어 자발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고자 애썼다. 그리 잘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는 ‘동네를 위한 기도회’가 있었다. 영화 '잼다큐강정' 상영회를 열어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옆 동네인 강정마을의 고통에도 관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첫 번째 대외공작물로 자평하는 ‘찬란한 한국교회의 검은 역사’ 강좌는 나름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후보자들과 그들의 공약을 검토하는 공부모임도 가졌다.


재밌는 일도 있었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동네교회청년의 아류들이 등장한 것이다. ‘동네교회처녀’는 비정기적인 여성수다모임으로, 예배 후에 진행되는 성경공부를 종종 거부하고 커피숍으로 몰려가 이야기를 나눈다. 혹자들이 보기에는 벼락 맞을 인간들이지만, 그녀의 결단이 성경공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동네고기청년’은 매주 토요일 저녁, 한 청년의 자취집에 보여 고기를 구워먹으며 ‘무한도전’을 함께 시청하는 모임이다. 다음번에는 돼지고기를 사다 된장 넣고 삶아 먹을 거란다. 이들 모두 복음을 앞세우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서 복음적이다. 이러한 자생적인 모임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올해 동네교회청년을 하면서 만나게 된 동네청년도 있다.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퍼진 소문을 듣고 관심 있다고 연락하신 분도 있다. 조만간 다 만나볼 생각이다. 새해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동네교회청년이 보다 더 보편적인 모임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곧 동네교회청년들이 모두 모여 새해 방향을 결정하게 될텐데 우리들이 다짐했던 첫 마음인 “파벌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든다.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린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천한다. 재미있을 때까지만 한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를 까먹지 않고 꼭 필요한 일을 계속해나가겠다.


한 해 동안 별로 시덥지 않은 글에 보내주신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해서 보다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정말 별 거 없지만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부디 실망하지 마시고 애정을 갖고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2012년이 저물어간다. 그건 그거고 이제 2013년이 다가오고 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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